2024년,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끈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영화 ‘콘클라베(Conclave)’입니다. 교황 선출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바탕으로 정치, 종교, 인간 본성을 보여준 이 영화는 하나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예술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객과 평론가가 함께 주목한 ‘콘클라베’의 줄거리,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관람객 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콘클라베 영화 줄거리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바티칸 철문이 닫혔다. 세상과 단절된 가운데 전세계 추기경들이 모여 콘클라베(Conclave), 즉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시선으로, 우리가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바티칸 내부의 권력 구조와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추기경 로렌스(랄프 파인즈). 교황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로렌스의 내면의 혼란과 외면의 침착함 사이를 긴장감 있게 넘나듭니다. 그는 교황의 비밀 유언장을 전달받게 되며,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합니다. 그 유언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알지 못했던 과거, 그리고 자신이 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종교적 의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정치적 서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신념과 이해관계를 지닌 추기경들이 모인 이 공간은 단순히 ‘성스러운 회의’라기보다 ‘정치적인 체스판’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과거와 목적이 얽히면서, 관객은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에 몰입하게 됩니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이들, 권력을 쥐려는 이들, 혹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까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그들의 이야기를 ‘흑백’이 아닌 ‘다양한 회색’의 스펙트럼으로 풀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출연진 구성과 인물 분석
‘콘클라베’의 진정한 완성도는 뛰어난 연출과 각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깊이 있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이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은 “스토리도 훌륭하지만, 배우들의 눈빛 하나하나에서 몰입했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캐스팅의 적절성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심에는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가 있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추기경 로렌스 역할을 맡아, 표면적으로는 침착하고 경건한 종교인의 모습을 유지하지만, 내면에서는 고뇌와 회의,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관객은 그의 표정, 침묵 속의 숨소리, 눈빛의 흔들림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그 안에서 신앙을 붙잡으려는 고군분투를 느끼게 됩니다. 랄프 파인즈 특유의 절제된 연기는 이런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있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전합니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한 '주인공'이라기보다, 서사의 중심이자 도덕적 기준점으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그가 외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흔들리는 신앙을 직면하게 만들며, 관객 역시 함께 고민하게 만듭니다. 특히 그가 교황의 유언장을 읽으며 표정을 잃는 장면, 아무 말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장면 등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스스로 그 감정을 상상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면입니다.
또한 조연진에서도 압도적인 연기력이 영화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탠리 투치가 있습니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그 특유의 권위적이면서도 냉철한 분위기를 통해 영화 속에서 ‘보수적 교단의 수장’ 같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는 무게감이 실려 있으며, “우리가 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 우리를 고르신다”는 그의 대사는 극의 핵심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이 영화의 다국적 캐스팅입니다. 실제 콘클라베가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행사라는 점을 반영하여, 영화 또한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을 기용했습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출신이 서로 다른 배우들은 그들 각자의 배경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묻어나도록 설정되어 있어, 영화적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캐릭터들의 설정도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선과 악, 보수와 진보, 신앙과 회의처럼 극단적으로 나누는 대신, 각 인물이 처한 배경과 신념, 그리고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 하나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복잡함은 관객에게 ‘진짜 인간’ 같은 느낌을 전합니다.
정리하자면, ‘콘클라베’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세심한 디렉팅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배우를 기용한 것이 아니라, 서사와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깊은 몰입을 보여주며 영화 전체의 품격을 끌어올렸습니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단 한 명의 배우도 허투루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관람 후기
영화 ‘콘클라베’는 개봉 전부터 영화제와 시사회를 통해 극찬을 받았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2024년 가장 철학적인 영화”, 미국 뉴욕타임스는 “성직자에 관한 영화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고 평가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습니다
첫 번째로 철저한 리얼리즘입니다. 실제 바티칸을 촬영한 듯한 세트와 조명, 의상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으며 관객들 중 “실제 바티칸 내부를 본 기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두 번째로 영화적 깊이이다. 단순한 줄거리 이상의 메시지를 던지는 구성으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종교와 인간’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말의 여운입니다. 마지 교황 선출의 결과가 어떻게 발표되었는지보다, 그 선택이 인간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묻는 방식이 특히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콘클라베’는 단순히 스토리나 연기로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영화의 연장선에서 철학적 사고를 이어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작품입니다.
‘콘클라베’는 2024년의 단순한 화제작을 넘어, 영화가 던질 수 있는 인문학적 질문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모두 담아낸 수작입니다. 종교 영화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 본성과 권력, 신념과 회의 사이의 균형을 감각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만약 깊이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고요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이 영화 콘클라베입니다.